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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유월절…부활절

해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그림이 있다. 세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이다. 로마교황청의 의뢰로 다빈치가 1495년에서 1497년까지 2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죽기 전날, 열한 명의 제자와 함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주제로 그린 명작 중의 명작이다. 르네상스의 전성기가 이 작품의 장대한 구도와 함께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성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가룟 유다를 포함시킨다. 성서 요한복음 13:30에서는 예수가, 유다가 자리를 떠난 후에 최후의 만찬을 주관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아마 예수를 소실점으로 한 정확한 대칭과 원근법을 사용한 구도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유다를 포함한 것 같다. 최후의 만찬은 유대인들이 이집트의 400년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어 나오던 날을 기념해서 조상 대대로 지켜 오던 ‘유월절(Passover)’ 식사를 마치고 따로 마련한 식사다. 그래서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세의 율법에 고착하는 유대인들은 최후의 만찬이나 부활절을 기념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유월절을 기념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에 이스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빵과 아무런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포도주를 마셨다. 그래서 예수는 저녁 식사에서 먹던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먹고 마시라고 건네주면서 이날을 앞으로 계속해서 기념하라고 당부한다.  다음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믿어지지 않게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는 부활절 즉 이스터(Easter)라는 명칭은 성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영어인 이스터라는 말 자체도 이교의 신과 관련이 있다. ‘웨스트민스터 성서 사전’에 기술된 바에 의하면, 이스터는 “원래 앵글로색슨족에게 에아스트레로 알려진 여신을 기념하는 봄철 축제”였다고 한다. 또한 “신약에는 부활절을 축하했다는 암시가 전혀 없다”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말하고 있다. 부활절 하면 토끼와 색칠한 달걀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부활절 토끼와 관련하여 가톨릭 백과사전에서는 이렇게 알려 준다. “토끼는 이교의 상징물이며, 항상 다산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다고 말이다. 그리고 부활절의 상징물로서의 토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1572년경 독일 에서 볼 수 있다고 ‘학교 및 가정용 가톨릭 백과사전’은 기술했다. 마찬가지로 십자빵, 알록달록 채색한 달걀 혹은 방울종 모양의 초콜릿도 이교 종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려고 고안해낸 그리스도인 기념일이 전혀 성격이 다른 축일로 바뀌고 만 것이다. 우리가 훌륭한 위인들을 기리기는 일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업적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잘못 알려지고 전해 내려오는 행사나 기념일이라면 사실 여부를 한 번쯤은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태도가 인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제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사랑과 가르침을 모든 사람이 따른다면 세계평화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8-03-26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기증

경기도 과천시 추사(秋史)박물관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44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가 쓴 서신 23점이 소장되어있다. 이 편지는 조선 말기 금석학(金石學) 대가인 김정희가 조카와 친구들과 주고받은 서신이다. 흥미롭게도 이 편지들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후지쓰카 아키나오로부터 기증을 받았다. 후지쓰카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동양철학자인 경성제국대 초대 교수 후지쓰카 지카시의 아들이다. 그는 청나라 학문을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유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학문에 조선의 선비들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었다. 후지쓰카는 당시 청나라 학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추사 김정희를 알게 되고 그의 학문과 천재성에 푹 빠지게 된다. 이때부터 후지쓰카는 인사동 거리 곳곳을 누비며 추사의 흔적이 담긴 문서와 서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중에 으뜸은 제주도 유배 중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국보 180호)였다. 나중에 후지쓰카는 친한 사이였던 서예가 손재형이 90일간 그를 찾아가 3000엔이라는 고액을 낼 테니 ‘세한도’를 자기한테 양도하라고 하니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돈을 받고 내놓는다면 지하의 완당 선생이 나를 뭐로 치부하겠는가.” 말하면서 며칠 뒤 손재형을 불러 세한도를 건네줬다. 그는 죽기 직전 아들 후지쓰카 아키나오에게 ‘조선의 유물은 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62년 뒤인 2006년 2월 아들 아키나오는 선친의 추사 관련 유품 2700여 점을 과천시 추사박물관에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기증한다. 후지쓰카 부자는 추사의 자료들을 상품적 가치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 부자가 실천한 양보의 미덕이 결국 추사를 우리 곁에 남아 있게 했다. 또 한 명의 아름다운 기증자가 있는데 초대 성심병원장 수정 박병래 선생이다. 박병래는 조선백자를 사랑했던 소장가이기 전에 어려운 사람에게 인술을 베푼 의사였다. 그가 조선백자에 빠지게 된 사연은 이렇다.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 초년병 내과의사 시절 26살의 박병래에게 일본인 교수가 접시 하나를 보여주며 “박 군,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아나” 라고 물었다. 대답을 못 하고 얼버무리자 “조선인이 조선 접시를 몰라봐서 말이 되느냐”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 뒤로 조선백자에 관심을 두고 수집에 나서게 된다. 돈이 많지 않아 주로 소품을 모아서 ‘연적쟁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1973년 월급을 털어 평생 수집한, 보물 1058호로 지정된 ‘백자 난초무늬 조롱박 모양 병’을 포함해 조선백자 362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기증한다. 소장품을 기증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만든 예술품을 혼자만 갖고 즐긴다는 일이 죄송하여 몇십 년 동안 도자기와 함께 지내던 마음을 이제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라고 소회를 말했다. 이 백자들은 그의 이름을 딴 박병래관에 전시되어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기증유물 도록을 만들고, 1974년 선생의 생일에 맞추어 전시회를 열기로 했는데 개막을 며칠 앞두고 아쉽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문화재 수탈기였던 일제강점기 때 박병래 선생 같은 뜻있는 소장가들 덕분에 우리 문화재는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 우리는 이 유물들을 보고 즐길 수 있게 됐다. 김태원/객원기자

2018-03-12

[세상 만사] 갈피를 못 잡는 표준발음 논쟁

한국은 지금 상당한 언어의 혼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국립 국어원에서 형용사를 동사로 바꾼다고 하지를 않나,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이 모든 사람이 여태껏 된소리로 발음하던 단어를 우리가 평상시에 발음하는 것과 달리 마치 한글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발음해서 듣기에 무척 부자연스럽고 거북한 방송을 하고 있다. 물론 아나운서는 표준 발음을 사전에 맞추어 누구보다 정확하게 말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는 사전에 나와 있는 표준발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음하도록 훈련받고 방송에서도 그대로 구현한다. 예를 들면 된소리 발음을 안 해 효과를 효꽈라고 발음하지 않고 효과라고 발음을 한다. TV로 올림픽에서 유도경기를 중계할 때 아나운서가 “우리 선수가 효과를 하나 따냈습니다”고 크게 외치는 경우가 있다. 유독 아나운서만 ‘효꽈’라고 하지 않고 ‘효과’라고 발음하니 듣는 사람의 김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된소리인 효꽈가 표준 발음이 아니라고 해서 효과라고 한다면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고조된 감정과 흥분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약속된 것이므로 몇몇 학자들의 견해나 의견으로 인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언어의 생성과 발전, 변천과 소멸의 모든 과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 집단의 합의와 약속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관건’과 ‘교과’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은 이들 단어의 발음도 된소리를 인정해 사전에 추가했다. 앞으로는 아나운서든 일반인이든 이들 단어를 편리한 대로 ‘관껀’ ‘교꽈’로 읽어도 된다. 한동안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고집을 해서 언어생활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2010년 2월 이를 국어심의회에 상정해 논의를 거쳐 2011년 8월 짜장면을 표준어로 확정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상에서 쓰는 ‘오지다’라는 말도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는 의미인 ‘오달지다’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했다가,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사이트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 ‘오지다’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오달지다’의 뜻으로 쓰였다면 표준어로서 쓸 수도 있다”고 말해 획일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것은 국립국어원의 주체성이 부족한 임기응변식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아나운서들의 잘못된 표현도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나무뿌리를 ‘가늘다’, ‘굵다’가 아니라 ‘얇다’, ‘두껍다’고 말하는가 하면, 허벅지가 굵다, 가늘다가 아니라 얇다, 두껍다고 표현하고 ‘가리키다’와 ‘가르치다’도 제대로 구분을 못 하고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나운서들조차 이러니 출연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이것은 된소리를 쓰고 안 쓰는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뜻 자체가 다르게 전달되는 것인데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어를 누구보다도 올바로 사용해야 하는 방송작가나 진행자들도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8-01-30

[세상 만사] 혹한도 녹여버린 배움을 향한 의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또한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형설의 공(螢雪之功)이 그 좋은 예다. 요약하면 반딧불과 눈빛으로 공부하여 이룬 공이란 뜻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공부하여 얻는 보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중국 진(晉)나라 때 살았던 차윤과 손강이라는 사람이다. 차윤과 손강은 모두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기름 살 돈이 없어서 밤에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윤은 밖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여러 마리 잡아 그 불빛으로 공부를 했고, 손강은 추운 겨울밤에 눈 위로 반사되는 달빛에 책을 읽어 과거에 급제해 차윤은 '이부상서' 라는 지금의 장관에 이르는 높은 벼슬까지 오르고 손강 역시 오늘날 검찰총장격인 어사대부라는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이 두 사람 성공담을 짧게 표현하는 고사성어가 형설지공이다. 며칠 전 윈난성 작은 마을에 사는 8살 난 왕푸만이라는 소년의 사연이 사진 한 장과 함께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13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화제의 기사가 됐다.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돼버린 한 소년의 모습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언 상태였다. 학교에서 약 3마일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못한 채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마치 한국의 60년 전 모습을 떠 올리는 이야기다. 이 사진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왕푸만이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 자녀인 이른바 '류수 아동'(留守兒童)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왕푸만은 할머니와 누나와 함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돈이 없어 주로 밥과 채소로 끼니를 때우고 난방 기구도 없어 장작을 때서 추위를 해결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학교에 가는 것은 춥지만 힘들지는 않다"면서,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찰이 되어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쇄도해 지금까지 2만 불 정도의 성금이 모였고 윈난성 당국에서는 청소년 발전기금을 왕푸만이 사는 마을에 전달해 가난한 아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조처를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너의 고생은 미래에 너의 길을 비춰 주는 등불이 될 거야"라는 글을 올리는 등 왕푸만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고 격려해 주었다.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워 이긴 한 어린아이의 향학열(向學熱)이 자신은 물론 동료 학생들도 따뜻한 환경에서 공부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편 집 앞까지 스쿨버스가 운행되어,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미국 학생들은 무척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거기다 눈이 오는 날에는 초중고등 학교는 아예 휴교하고 수업을 중단한다. 만약에 우리의 자녀들이 이러한 환경에 처한다면 과연 이 소년같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학업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청소년 자녀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현대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8-01-15

[세상 만사] 아이돌 연예인을 향한 지나친 팬(Fan)심

경북 영주 시골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가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 소년단을 향한 지나친 ‘팬(Fan)심’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자 이것을 가지고 고민을 상담하는 모습이 TV로 방영되었다. 사연을 들어주던 상담사도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녀는 부모에게 한 달에 용돈 만 원을 받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일 년 가까이 차곡차곡 모아서 13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한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되어 꾸중을 들었다는 얘기였다. 소녀의 말을 어이없이 듣고 있던 상담사는 “부모님에게는 가장 비싼 선물로 얼마짜리를 했느냐”고 묻자 “어머니에게는 2만 원, 아버지에게는 한 번도 선물을 해보지 않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부모님 생일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해 상담사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이 말을 들은 상담사가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은 정확하게 알면서 부모님의 생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자신에게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면서, 과도한 팬심보다는 합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따뜻하게 충고해 주었다. 어린 소녀도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 그리고 부모가 왜 꾸중을 했는가를 이해하며 훈훈하게 상담을 마쳤다.  어린 청소년들이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천 번을 접어야 만 학이 되는 사연을 전해주며 울먹였다”는 ‘종이학’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면서 종이학 접기 열풍을 시작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게 종이학을 선물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예쁜 엽서를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들어 보내거나 종이학을 천 개를 접어 예쁘게 포장을 해서 보냈다. 그야말로 비싸게 돈을 주고 준비한 선물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은 담은 것들을 선물로 보냈다. 소녀 팬들이 너도나도 종이학을 접게 된 데는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한 슬픈 사연에서 비롯됐다. 종이학을 부른 전영록이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정아’라는 이름의 소녀 팬이 자신이 앞으로 5개월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라고 밝히며 “그래도 못다 핀 꿈이 있고 종이학을 접을 때마다 꿈을 기원한다.”는 글과 함께 매주 종이학이 들어 있는 팬레터를 보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면서 소식이 끊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게 됐다. 종이학과 함께 온 편지에는 “정아는 학이 되어 날아갔어요. 이제 제가 정아 대신 학을 보낼게요”라는 안타까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영록으로부터 소녀의 애틋한 사연을 전해 들은 작사가는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면서 종이학의 노랫말을 완성하였다. 이 노랫말은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였고 이런 종이학의 인기 덕분에 전영록의 공식 팬클럽 이름이 ‘천학클럽’이 되었다. 이렇듯 80년대 팬심은 값비싼 선물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 팬들의 지나친 경쟁이 청소년 문화를 지금과 같이 바꾸어 놓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무엇이 더 값진 선물인지 그 가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8-01-08

[세상 만사] 인간의 삶과 ‘토정비결’

옛날에는 정초가 되면 나이 많은 노인들이 길거리에 하얀 천에다가 ‘토정비결’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행인들에게 “올 한해 운수를 보고 가라”고 외치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었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는 책을 통해 한 해의 운수를 알아보는 대표적인 세시풍속이었다. 토정비결은 조선 중기 무렵 학문과 여러 가지 기행으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이 지은 도참서로 개인의 사주 중 태어난 연, 월, 일 세 가지로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이용하여 일 년 동안의 신수(身數)를 열두 달별로 알아보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토정비결은 그 밑에 한 줄로 번역되어 읽기 쉽게 되었으며 다른 점서와 마찬가지로 비유와 상징적인 내용이 많다. “북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으니 귀한 아들을 낳으리라”라는 희망적인 구절이 많고, 좋지 않은 내용으로는 “여색을 가까이하면 반드시 재화가 있다” “수재수가 있으니 물가에 가지 말라” “구설수가 있으니 입을 조심하라.”는 식으로 되어 있어 주로 개인의 길흉화복에 대한 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에 절망에 빠진 사람도 희망을 품게 하고, 나쁜 일에 대해서는 미리 조심을 하면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도록 경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런 것에 계속 의존하다 보면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반대로 힘든 일이 닥칠 때 미리 체념을 한다거나 쉽게 포기하는 부작용도 따르게 마련이다. 막상 토정비결의 저자인 이지함은 자기가 다스리던 고을 백성들에게 직업훈련을 통해 이러한 사주팔자에 삶을 의지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도록 방법을 제시해주었고 본인이 몸소 실천을 통해 본을 보이는 정치를 해서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사주팔자에 대해서 조선 초기 대학자인 서거정이 세조와 나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소개하겠다. 임금의 인간 백과사전이었던 서거정에게 사람들의 사주에 의한 운명 판단을 두고 세조가 물었을 때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다. “생년월일시의 육갑을 순서대로 한데 모아 셈하면 각자가 타고난 사주는 51만 8천 4백 개 밖에 안 되는데 천하가 성할 때는 인구가 1천 500만에 이르는데 어찌 51만 8천 4백 개의 사주로 사람의 운명을 따질 수 있겠느냐”고 이론(異論)을 제기했다. “인구는 날로 늘어나는데 제한된 운명과 재수로서 천하의 인간 목숨을 판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신은 사주를 믿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세조도 그 말에 “그대의 말이 옳다.”고 했다.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도 대단히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언제 무슨 일을 당하거나 죽을지 모르는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 이러한 사주팔자나 주술과 점술을 의지하게 만든다. 하다못해 점술이나 사술을 죄악시하는 기독교에서도 운명론을 받아들여 ‘인간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이 미리 정해 놓으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자칫하면 이러한 것들에 속박되어 얽매이는 삶을 살게 되므로 자신의 인생을 오히려 불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새로운 한 해를 잘 계획하고 훌륭하고 보람 있는 결과에 이르도록 노력해보자. 김태원 객원기자

2018-01-01

[세상만사] ‘도핑’으로 얼룩진 올림픽 역사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스포츠맨들이 4년 동안 피와 땀을 흘리며 준비한 기량을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서 겨루는 세계인의 축제이다. 이러한 축제가 개막을 코앞에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선수단 안전을 놓고 헤일리 유엔 대사가 미 선수단 파견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로‘북한의 위협’을 들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러시아 반도핑기구 산하 모스크바 시험실 소장을 지낸 로드첸코프 박사의 내부고발로 인해, 도핑 조작 스캔들이 만천하 드러나면서 국제 올림픽위원회 (IOC)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에 대회 참가가 불투명해진 상태이다. 그는 러시아 전통 음료의 이름을 딴 ‘공작부인’(Duchess) 이라는 이름의 스테로이드 칵테일을 개발해서 선수들에게 공급했다. 이 칵테일은 과거 동독 선수들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스테로이드계 약품을 혼합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약물 검사를 위해 채취한 소변을 바꿔치기해서 도핑테스트를 통과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 덕분에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는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도핑 기술이 가장 발달한 동독은 가장 자연스러운 도핑 방식으로 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임산부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던 만큼 가장 이상적인 도핑 방법이었다. 이런 일은 주로 코치들을 시켜 여자 수영선수들을 임신시키는 것, 선수들을 시상대에 올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구소련 여자체조 대표팀도 금메달을 휩쓸 때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임신했다 유산하면 적혈구가 증가하여 운동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임신을 시키고 올림픽이 끝난 후 특수 클리닉으로 유산시켰다고 러시아 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백했다. 그리고 동독 여자 수영선수들의 몸매가 거의 남자와 비슷하게 보였던 이유는 바로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을 투여했기 때문이다. 피하지방의 발달을 억제하고 근육의 발달을 촉진해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어 근육의 힘을 향상시킨다. 마리야 샤라포바, 장대높이뛰기 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도 도핑 스캔들에 연루 되었었다. 그 외에도 유명한 운동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스포츠계에서 도핑이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정치 상황과 무관 하지 않다. ‘스포츠 세계의 반도핑 정책의 전개과정’ 논문을 보면 1960년대 이전 도핑은 이기기 위한 ‘개인의 선택’으로 인식됐지만 냉전 시대에는 올림픽이 정치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면서 경쟁적으로 선수들에게 약물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늘었다고 한다. 따라서 메달리스트는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 도핑테스트 역사가 50년이 되었다. 앞으로 최다 메달 획득 수가 국가 위상을 높인다는 개념이 없어지지 않는 한 도핑은 계속되리라고 본다. 가장 많은 선수단이 참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불참하거나 보이콧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 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변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말로만 ‘스포츠맨십’을 외치는 올림픽이 안 되길 바란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7-12-12

[세상만사] 빛 공해로 밤을 잃은 인류

밤하늘의 별을 세다 지쳐 잠들던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잊힌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 연인들이 밤하늘의 별을 따다 준다며 사랑을 속삭이던 시절도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별이나 은하수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된 지가 무척 오래됐다. 70년대 도시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해가 지면 도시를 벗어난 교외 지역은 달빛이 비치지 않으면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했었다. 자연히 일찌감치 저녁을 마치게 마련이고 등잔불이나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서 공부나 바느질을 하다가 늦어도 아홉시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니 충분히 자게 되고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작용하여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새로운 공해의 한 부분인 ‘빛 공해’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의 케빈 가스통 교수는 “인간은 비정상적인 빛에 놓였다”며 “유럽 어디에서든 자연 그대로의 밤하늘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많은 나라에서 ‘밤의 상실’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동식물과 인간의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그리고 인간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잠이 보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만, 당뇨병, 치매 같은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 의사협회는 저질 LED 조명이 방출하는 푸른빛, 블루 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항산화 물질 생산이 중단돼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논문에서는 야간에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멜라토닌 합성이 억제돼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지구의 야간 빛 공해가 매년 심해지고 있다. 가로등, 옥외 광고물 등으로 인한 빛 공해가 갈수록 걱정거리다. 빛 공해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도 심각하다. 최근 네이처엔 야행성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을 방해해 곡물의 성장과 농작물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그뿐 아니라 야행성 동물의 생체 패턴을 파괴하고 철새의 이동에 악영향을 끼치고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교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 때문에 ‘빛 공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에디슨이 120년 전에 발명한 백열전구가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릴 만큼 인류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아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같이 따라왔다.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밤을 밝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앞서 살펴본 인간의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건강문제 그리고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정서가 서서히 말라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낭만적인 시를 짓고, 별을 세며 잠이 들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2017-12-05

[세상만사] 빛 공해로 밤을 잃은 인류

밤하늘의 별을 세다 지쳐 잠들던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잊힌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 연인들이 밤하늘의 별을 따다 준다며 사랑을 속삭이던 시절도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별이나 은하수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된 지가 무척 오래됐다. 70년대 도시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해가 지면 도시를 벗어난 교외 지역은 달빛이 비치지 않으면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했었다. 자연히 일찌감치 저녁을 마치게 마련이고 등잔불이나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서 공부나 바느질을 하다가 늦어도 아홉시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니 충분히 자게 되고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작용하여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새로운 공해의 한 부분인 ‘빛 공해’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의 케빈 가스통 교수는 “인간은 비정상적인 빛에 놓였다”며 “유럽 어디에서든 자연 그대로의 밤하늘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많은 나라에서 ‘밤의 상실’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동식물과 인간의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그리고 인간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잠이 보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만, 당뇨병, 치매 같은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 의사협회는 저질 LED 조명이 방출하는 푸른빛, 블루 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항산화 물질 생산이 중단돼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논문에서는 야간에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멜라토닌 합성이 억제돼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지구의 야간 빛 공해가 매년 심해지고 있다. 가로등, 옥외 광고물 등으로 인한 빛 공해가 갈수록 걱정거리다. 빛 공해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도 심각하다. 최근 네이처엔 야행성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을 방해해 곡물의 성장과 농작물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그뿐 아니라 야행성 동물의 생체 패턴을 파괴하고 철새의 이동에 악영향을 끼치고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교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 때문에 ‘빛 공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에디슨이 120년 전에 발명한 백열전구가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릴 만큼 인류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아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같이 따라왔다.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밤을 밝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앞서 살펴본 인간의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건강문제 그리고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정서가 서서히 말라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낭만적인 시를 짓고, 별을 세며 잠이 들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7-12-04

[세상만사]산림녹화로 이룬 민둥산의 기적?

한국의 가을은 오색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나라이다. 한국은 단풍을 만드는 나무의 종류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변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동란을 겪으며 전국의 많은 산이 벌거숭이로 변해 버렸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벌목은 계속되어 벌건 산등성이들이 즐비했었다. 국토의 50%가 황무지였다. 비만 오면 강물이 범람하고 산이 무너져 내려 많은 인명 피해가 뒤따르는 비극이 계속되었다. 이 무렵 박정희 대통령이 유럽의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각 나라의 울창하게 보존된 숲을 보고 산림녹화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미국 언론은 한국의 산림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미국 의회에서도 경제적 원조를 해줄 수 없다고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1967년 산림청을 신설하고, 산림청을 농림부 산하가 아닌 내무부 산하에 두어 각 지방 하부조직까지 이 사업을 관리, 지원하게 하므로 녹화 사업을 더욱 더 효율성 있게 진행해 나가도록 했다. 그리고 교과과정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달가스의 기적’이라는 과목을 실어 어린 학생들에게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나갔다. 매년 식목일만 되면 근처에 있는 산을 찾아 나무를 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송충이를 잡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해 나갈 전문 인력이 없다시피 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비만 내리면 애써 심었던 나무들이 쓸려 내리는 등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새마을 노래 소리와 함께 비탈진 산기슭에서 돌을 캐내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흙을 지게로 짊어져 나르고, 나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물을 담은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퍼 날랐던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불굴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이런 황무지와 민둥산이던 곳이 50여년 만에 울창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물로 영일만 사방녹화 사업, 대관령 화전 정리 사업을 단행한 후 시작한 대관령 녹지조성 사업 성공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전문가 대부분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국의 조림사업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FAO)에서는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녹화 성공국가”라고, 그리고 유엔 환경계획기구(UNEP)는 “한국의 조림사업은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제 세계적으로 조림 기술의 선두 역할을 하는 한국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을 주요 황사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국토의 91%가 사막화 돼가고 있는 몽골 등 아시아 지역 사막지대 그리고 산업용 목재 남벌로 삼림 훼손이 심각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불모지까지 진출해 녹지형성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녹지화 사업에 각 사회단체는 물론 재벌 그룹까지 손을 걷어붙였다. 벌거숭이산을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탈바꿈시킨 기술로 세계를 푸르고 아름답게 만드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태원 객원기자

2017-11-29

[세상만사] 로마제국을 무너뜨린 성적 부도덕

세계를 호령하며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내부의 타락과 외부로부터의 침략으로 팍스 로마나(Pax Romana) 즉 로마 지배에 의한 평화는 허망하게 붕괴하고 말았다. 로마제국이 무너진 가장 큰 요인으로 ‘에드워드 기본’은 로마 시민들이 지나치게 쾌락을 추구한 것, 국민의 퇴폐 생활이 극에 달한 것 등을 들었다. 사람들은 도덕적인 감각을 잃었다고 묘사하였다. 난잡한 성관계가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역사가 ‘람프리디우스’는 그 시대에 대해 말하기를 미혼 남자는 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소녀를 두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이유는 그러한 소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들조차도 극도로 부도덕하거나 피비린내 나는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사가 제롬 카코피노는 자신의 저서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연극에서는 여배우가 옷을 다 벗는 것이 허용되었고, 무언극은 이미 그 도시의 대중을 장악하고 있던 성도착 행위의 극단을 보여 주었다. 대중은 그러한 충격적인 공연을 혐오스럽게 여기지 않았는데, 원형 극장의 소름 끼치는 살육 행위들이 오랫동안 그들의 감각을 무디게 하였고, 그들의 본성을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로마의 유명한 목욕탕은 청결을 위한 목적보다 마사지실, 체육관, 도박장, 먹고 마실 수 있는 장소 등을 갖춘 거대한 시설이었다. 여기서는 남녀 혼욕이 허용되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목욕탕은 남녀 구분 없이 개방되었으며, 사람들은 알몸으로 심한 방탕에 빠진다”라고 기술하였다. 우리가 사는 시대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 현대사회도 성과 폭력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예술, 문학 작품, 영화, TV프로,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성적 부도덕과 폭력에 노출된 점이 유사하다. 요즈음 할리우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영화배우, 정치가, 교직자, 국가대표팀 전담의사 등 사회에서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속속 드러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순수한 꿈을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성적인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겉보기에는 멋있고,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의 행동은 인간의 탈을 쓴 동물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보다는 이러한 비행을 정당화하려는 태도가 더욱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캠페인’은 현재 미국 영화계는 물론 워싱턴 정가를 비롯한 영국 관료사회 등으로 일파만파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 로스앤젤레스 검찰과 경찰이 전담반을 꾸렸다. 연예계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성추행과 관련된 의혹에 대응하고자 특별히 훈련된 검사들로 구성됐다고 전한다. 다행히 미국 상원에서 사법 당국과 성매매 피해자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기소하거나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성매매업자 조력방지법’을 가결했다고 한다. 이 법이 제대로 힘을 발휘해 제이, 제삼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보자. 김태원/객원기자

2017-11-14

[세상만사] 비싼 등록금, 어려워진 대학교육

1960대부터 대학 또는 대학의 연구실을 지칭하는 말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대신해 부르기 시작했다. 상아탑은 코끼리 상아를 올려 만든 탑이라는 뜻이다. 값이 비싸서 구하기 힘들고 만들기도 어려워, 예전에는 대학 공부를 힘들고 어렵게 노력하여 이룩했기 때문에 상아탑에 비유하게 된 것이다. 1958년에는 대학교가 56개로 학생 수가 7만6000명 정도였다. 해당 연령의 1%도 안 되는 학생만 대학교에 진학했다. 학교 재정은 대학생을 둔 부모의 몫으로, 학교 재정의 3분의 2 이상을 부모들이 떠맡았다. 그래서 대학교를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했다. 우골탑은 힘들게 농사를 지어야 겨우 살아가는 농촌에서 자녀에게 대학교육을 시키려고 소를 팔아서 낸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 ‘대학’을 속되게 빗대어 이르던 말이다. 지금은 어머니까지 나서서 학비를 마련해야 해서 ‘모골탑(母骨塔)’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은 자녀의 대학자금을 대부분 부모가 대주는 게 오래된 관습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미국은 얘기가 다르다. 미국의 평범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미국의 대학이라고 하면 2백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캠퍼스에서 멋진 파티를 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과 낭만을 즐기며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평범한 미 대학생 현실은 낭만, 꿈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학생은 자신의 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4분의 1은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37%는 주 30시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서 2년제인 커뮤니티 칼리지도 평균 4~6년간 다닌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는 꿈꾸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을 하는 미국 문화에 따라 비싼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다. 그러나 학비 보조를 위해 일을 하다가 학점(Credit)을 제대로 따지 못해서 졸업이 늦어지면, 추가되는 학자금을 가외로 지불해야한다. 따라서 주어진 기간 내에 졸업해서 제때 취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셈이다. 현재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4만5000~5만달러 정도다. 주립대학의 경우는 1만~1만5000달러이다. 90년대에 비해 3배가량 인상된 액수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90년대보다 장학금 혜택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우수한 학업 성적이나, 스포츠, 예능 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장학금 혜택을 받을 기회가 많이 열려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무상학비 보조(Grant)는 대학에서 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는 학비 보조 프로그램이다. 그랜트는 융자(Loan)와 달리 상환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일반 장학금과 다른 점은 우수한 성적, 예체능 특기 등에 근거한 보조금이 아니라 재정적 필요에 따라 주어지는 학비 보조금이다. 누가 이런 말을 내게 했다. “미국은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돈 안 들이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기 마련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11-06

[세상만사] 공연 20주년을 맞이한 ‘난타’

한국 공연사에 수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난타’가 공연 20주년을 맞았다. ‘마구 때린다’는 뜻을 가진 ‘난타(亂打)’는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장단을 바탕으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익살스럽게 그린 한국 최초의 ‘비언어적 공연(Non-Verbal Performance)’이다. 1997년 10월 호암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의 작품인 ‘난타’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출발을 했다. 이 작품은 대사 없이 우리 특유의 리듬과 박자 그리고 줄거리만으로 구성된 한국형 퍼포먼스다. 첫 공연부터 현재까지 한국 공연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하였고, 지금까지 310개 도시에서 4만 번 넘게 공연됐다. 한국 공연 예술계의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90년대 초반 줄거리와 악보 없이 폭발적인 타악기의 리듬, 마임과 춤, 간단한 코믹연기를 양철쓰레기통, 빗자루, 대형 생수통, 플라스틱 화공 약품 드럼통 등을 이용한 ‘스톰프(Stomp)’라는 새로운 장르의 거리공연에 한국적인 음악 요소들을 접붙여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웃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데 관심을 둔 작품이 바로 난타다. 난타가 해외 시장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흥겨운 사물놀이와 비언어적 공연의 접목이라는 발상의 힘이 컸다. 작품을 구상한 송승환 프로듀서가 “난타는 스톰프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콘셉트는 공유하되, 아류는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연출한 것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주방을 무대로 전문 요리사 셋이 좌충우돌하면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신참 요리사와 함께 피로연 음식을 준비한다는 내용으로 주방에서 사용하는 냄비, 물통, 도마, 칼, 절구 등 주방의 요리기구 중에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이 총동원됐다. 도마에서 채소를 썰고, 고기를 다듬고, 음식을 볶고, 그릇을 정리할 때 날 법한 소리를 사물놀이 장단과 박자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친숙함을, 해외 관객들에게는 이국적인 비트와 리듬감을 경험하고 즐길 기회를 선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해외 첫 진출 무대인 1999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2001년에는 한국 문화상품 수출 사상 최고 출연료인 400만달러를 받고 북미 55개 도시에서 11개월간 순회공연을 했다. 이후 2003년 한국 공연단체로서는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뉴빅토리 씨어터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4년 오프브로드웨이 미네타 레인 극장에서 아시아 최초로 전용관을 개관하여 1년 6개월간 공연하였다. 2002년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보다 10년 먼저 미국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한국의 공연문화를 미 전역에 알리는 공도 세웠다. 공연 중에 위험한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난타 원년 멤버로 10년 동안 활약했던 배우 김원해는 해외 관객들이 우리에게 “너흰 정말 피지컬로 승부 하는구나!” 말하며 그런 부분에 감동했을 정도였다고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회상했다.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난타가 요즈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큰 원인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에게 난타 공연이 인기가 좋기 때문이란다. 세계적인 정치 문제가 문화계까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 관람객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 주는 난타가 계속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10-17

[세상만사] 임종 체험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힐다잉(Heal+dying)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많은 사람이 마음 편히 살다 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고 남아있는 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자는 뜻에서다. 그래서 생긴 신종 프로그램이 ‘임종체험’이다. 직장인, 청년, 주부, 노년층부터 병이 있거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삶이 힘든 사람 심지어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가상 죽음을 체험해본 후 가족과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남은 삶을 설계해본다. 한 50대 남성은 “죽을 때가 가까워져 오니 생각이 많아지고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바쁘게 살다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천해 임종체험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신청자들은 가상의 죽음을 앞두고 영정사진과 유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는다. 그런 다음 엄숙한 분위기 속에 관으로 들어가 누우면, 뚜껑이 닫히고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이 죽음의 공포를 더 한다. 칠흑 같은 적막이 10분간 흐른 후 관 뚜껑이 열린다. 관 안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반갑고 고맙게 느껴진다. 환한 불빛 속에 사람들을 둘러보니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이 온몸을 감싸게 된다. 이상이 임종체험을 한 사람들이 느낀 죽음에 대한 감정이다. 이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정용문씨는 “임종체험은 자신이 죽고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분명히 거의 모든 사람이 늙고 죽는 일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은 그렇게 될 일을 두려워하면서 산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죽지 않고 계속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솔로몬왕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정신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넣어 주셨습니다”라고 기록했다. 끝없는 미래에 대한 이러한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영원히 젊음을 누리는 방법을 탐구해 왔다. 종교를 통해서이든지 의학을 통해서이든지 말이다. 마르크 베네케는 자신이 지은 책인 ‘영원한 생명의 꿈’에서 이렇게 말했다. “살아가면서 신체는 거의 모든 부분이 여러 차례나 새롭게 바뀐다. 7년 정도 후면 우리는 말 그대로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작용이 한정 없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포가 정해진 횟수만큼 분열한 후에는 증식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한이 없다면, “인간의 몸은 아주 오랫동안, 심지어 영원히 스스로를 재생시킬 수 있다”고 베네케는 말한다. 21세기의 많은 연구가는 “명실상부한 불멸의 생명”이 가능해지고, “2099년경에는 인간 수명이 무제한”이 되며, “세포를 영구적으로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예측 때문인지 백세인생 이라는 말이 요즈음 한창 유행이다. 그러나 죽음은 예고도 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인생이란 얼마나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훌륭하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삶의 길이 보다는 삶의 질이 더 나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9-26

[세상만사] 여성미의 으뜸은 건강미

날씬함을 넘어 지나치게 마른 몸매가 대세인 요즈음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No’라고 팔을 걷어붙인 프랑스 패션업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가장 좋아했던 가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거리에서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하여 일명 ‘3초 백’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루이뷔통과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이 앞으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모델의 기준으로 여성은 34 사이즈, 남성은 44 사이즈 이상을 제시했다. 스페인과 이스라엘도 깡마른 모델 퇴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아예 법으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패션쇼 런웨이에 설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른 모델 퇴출’은 2007년 프랑스 모델 이자벨 카로가 거식증(拒食症) 등으로 사망하자, 그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이에 루이뷔통과 구찌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디자이너들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모델을 고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약 1억원 상당의 벌금형이나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 너무 마른 모델이 ‘거식증’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시켰다. 패션으로 돈을 버는 사업체가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낄 정도로 마른 몸매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여성 20명 중 1명이 체중 증가를 두려워한 나머지 거식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중반까지 대체로 풍만한 체형의 여성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풍만한 몸매로 많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메릴린 먼로다. 본격적으로 깡마른 체형이 인기 몸매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의 아이콘 모델 트위기(Twiggy)의 출현이었다. 본인의 이름처럼 작은 가지를 연상케 하는 가느다란 몸매로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면서 부터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잠시 건강미가 넘치는 슈퍼모델이 유행했지만, 유행과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마른 몸매를 선호해 전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른 체형을 좋아한 기간은 매우 짧다. 옛날부터 인류는 통통한 여성을 선호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그리스를 거쳐 16세기 르네상스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까지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 등, 최고의 걸작품에도 모두 통통하고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나온다. 르누아르, 마네, 앵그르의 등 많은 현대 화가들도 여성의 풍만한 건강미를 화폭에 담았다. 중국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양귀비도 뚱뚱했었다. 양귀비는 한 손에 잡히는 버들가지 같은 허리 크기를 가진 미인이 아니었다. 요즈음 노출이 심한 옷들이 유행하다 보니까 자연히 몸매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지만 자신의 몸매와 건강을 맞바꾸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다. 오늘의 미의 기준이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움으로 바뀌고 다시 옛것을 찾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미에는 각선미만 있는 것 아니다. 인간미가 있고 건강미도 있다. 얼굴과 몸매만 예쁘고 마음과 건강이 문제가 있다면 외적인 아름다움은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된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 김태원/객원기자 

2017-09-12

[세상만사] 세계적인 ‘어린이 수난시대’

한국의 어린이 헌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첫째,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둘째, 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중략) 여덟째,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아홉째,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이라면 한번은 읽어 보아야 할 내용인 것 같다. 과연 현 사회에서 위의 열거된 사항들이 얼마나 실행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건전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해야 하는데 많은 어린이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린이가 지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곳 중의 하나인 가정에서 학대당하거나 구타당하거나 죽임을 당한다. 일부 사람들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한 해에 무려 5000명이나 되는 어린이가 부모의 손에 죽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교통사고로 혹은 물에 빠지거나 추락하여 사망하는 수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그 기사는 보도하고 있다. “영국에서 적어도 75만 명의 어린이가 만성 외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정 폭력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맨체스터 가디언 위클리지는 보도한다. 두 번째 항목에 대해 알아보자. “매년 거의 600만 명의 어린이가 다시 말해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제대로 먹지 못해 죽는다”고 제임스 모리스 세계 식량 계획 상무이사는 말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미국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볼티모어 지역은 24%가 빈곤층이다. 이 지역 아이들은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살아간다. 한 어린이는 배가 고플 때 “음식 생각을 안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 배고픔이 덜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어린이 5명 중 1명은 하루에 필요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여덟 번째,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올여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이틀 사이에 뜨거운 차 안에 아이 방치되 두 명의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7개월 된 영아를 4시간 동안 차 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이다. 매년 평균 37명 이런 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인류 가족 가운데 가장 연약하고 상처를 입기 쉬운 어린이들이 착취당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제 노동 기구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세계 전역의 10-14세 사이의 7천 300만 명의 어린이가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노동착취뿐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에 작성한 한 보고서에서는 “수많은 어린이가 성매매하거나 포르노물을 제작하는 데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악을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가정이나 그 밖의 환경에서 보호가 될 수 있는 것으로는 부모의 적절한 자녀 교육, 부모와 자녀 간에 형성되는 친밀한 유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긍정적인 징계 등이 있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8-07

[세상만사] 사랑은 모든 법의 완성이다

법 ‘헌(憲)’자는 해(害)로운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밝은 눈(目)과 마음(心)으로 감시한다는 뜻에서 헌법을 뜻하는 회의문자이다. 헌법(Constitutional Law)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출판의 자유 등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법률이다. 사람이라면 여자나 남자나, 국적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그리고 빈부의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인격을 존중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고, 남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헌법이다. 사람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심에 근거해서 법을 지킨다. 옛말에 “저 사람은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법을 어겼을 때 따르는 형벌이 두려워서 법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법은 점점 복잡해지고 많아지게 마련이다. 형벌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세계 인구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읽는 성경에는 사랑은 ‘법의 완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사도 바울이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기록한 로마서 13장에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간음해서는 안 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탐내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과 그 밖의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율법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 말씀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웃을 내 몸같이, 내 부모나 형제같이 사랑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악한 일을 하겠는가? 그런 뜻에서 사랑은 ‘법의 완성’인 것이다. 모두가 이렇게 배운 대로 살아간다면 법은 복잡하지 않고 따라서 수(數)가 많지도 않을 것이다. 기원전 1513년에 이스라엘 사람에게 주어진 법이 십계명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헌법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 600가지의 율법이 더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나폴레옹 법전도 이것을 기초로 했다고 한다. 1804년에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법전은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 다섯 가지이며, 평등과 자유를 기본 원칙으로 하여 현대법의 근간으로 꼽는 세계의 시민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현대 헌법은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1948년 7월12일 헌법을 제정하고, 7월17일 공포를 했다. 이날은 조선왕조 건국일이다. 그 전까지는 조선이 개국하면서 만든 경국대전을 바탕으로 법이 집행됐었다. 계급사회에 맞춘 법전이었기에 평등한 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권력을 오용하고 남용하는 일이 일어나고 법이 평등하게 시행되지 않을 때, 국민은 불안과 혼란에 빠지게 되고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한 것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7-24

[세상만사] 끝까지 버려진 삶

한국 여행을 하다 보면 출국 심사대 앞에 똑같은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해외로 입양을 가는 아기를 양부모들에게 데려다주는 사람들로서, 항공료를 절약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부끄러웠다. 6·25전쟁이 끝난 지가 70년 가까이 되는데도 여전히 고아 수출 1위 국가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이다. 언론의 표현도 이들을 수출품 취급을 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해외 입양아 수가 세계 제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뭐가 자랑스럽다고 그들의 귀한 생명을 수출품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 행복한 새로운 삶을 찾아 입양한 이들의 인생은 과연, 모두가 행복할까?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씨는 8살이던 1983년 필라델피아의 한 가정에 처음 입양됐다. 29년간 미국에 살면서 두 차례나 파양(破養)됐고, 여러 차례 경찰서를 오고 갔고 약물 중독에도 시달렸다. 양부모가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아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고, 결국 2012년 모국인 한국으로 추방됐다. 부모에 의해 3번 버려졌고 자기가 낳고 자란 나라에서 한 차례씩 버려지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 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 후 약 5년, 그는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미국인 입양아의 이야기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애덤 크래프서(한국명 신성혁)씨의 이야기다. 그의 인터뷰 내용 또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릴 때 나를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다. 미국인으로 살고 싶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으로 입양됐고 38년을 살다가 41세가 된 지난해 다시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한국으로 쫓겨났고, 내 미국인 가족을 잃었다”고 말했다. 크래프서는 미국에 아내와 세 딸을 두고 있다. 그는 클레이처럼 첫 번째 입양 부모에게 버려졌다. 두 번째 입양 부모에게도 학대를 당했다. 그는 강도 혐의 등 여러 건의 전과를 남겼다. 2000년 이후 입양된 경우엔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됐지만,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 입양한 부모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클레이씨처럼 가족들이 시민권 수속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혹은 의도적으로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입양아 본인이 성인이 된 후 직접 시민권을 얻으려 하지만 범죄 전과가 있다면 쉽지 않다. 결국, 강제추방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 현재도 시민권이 없는 한국인 입양아는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중앙 입양원 수석 상담원 헬렌 고는 뉴욕 타임스에 “강제 추방은 사형선고와 같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들, 이들은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한낱 무국적자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무책임한 부모와 사회가 이 젊은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근본 원인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이들 중에는 노숙자가 되거나, 클레이씨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적인 제도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7-11

[세상만사] 인간의 보금자리 ‘지구의 미래’는?

“새도 제 보금자리를 사랑한다.”  자기가 사는 집이나 가정을 사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보금자리란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사는 집은 깨끗하게 관리하고 예쁘게 단장하는 데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그 경계를 벗어나면 주위가 더럽혀지거나 파손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공해와 그로 인한 기후온난화문제를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다. 지금 우리의 삶의 보금자리인 지구가 육, 해, 공으로 공격을 받아 극심한 병으로 시달리고 있다. 하늘에는 공장과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미세먼지, 땅과 바다는 플라스틱과 각종 화공 약품으로 오염돼 현재 인류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장래 생명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서부터 깊은 바다 밑까지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히말라야는 등반을 마친 등반대들이 무책임하게 버리고 간 등산 장비와 쓰레기로 인한 공해로 자연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가 겪는 피해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쓰레기 섬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데 90%가량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류로 이루어져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인 쓰레기 섬은 규모가 한반도 크기의 두 배라고 한다. 대서양에도 비슷한 이유로 쓰레기 섬이 자라는 중이다. 이 지역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품인 치약과 일부 화장품, 세탁용 세제, 타이어 심지어 도심 속 먼지 속에도 포함돼 있다. 2017년 2월 21일,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된 최신 보고서에서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 950만 톤 중 3분의 1 정도가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바다 생물들은 섭식장애를 동반한 장폐색증을 앓거나, 심각한 경우 죽음으로 이어져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가, 이렇게 유입된 쓰레기를 먹고 자란 물고기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한 청년의 시작이 일궈 낸 쓰레기 해변의 기적’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인도 뭄바이 베르소바 해변에서 유리병, 플라스틱, 시멘트, 컨테이너, 버려진 옷 등 수많은 폐기물이 무덤처럼 쌓여 높이가 5.5피트에 달해서 가장 더러운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던 곳을 젊은 변호사 아프로즈 샤가 친구와 함께 쓰레기 치우기 프로젝트를 벌인 결과, 아무도 찾지 않고 버려진 해안을 애초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찾게 하는 훌륭한 일을 해낸 이야기다. 2007년 한국에서도 태안 석유유출사고 때에 오염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전국에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해안을 정화하는 일에 동참했다. 그로 인해 태안반도가 다시 깨끗해지고 아름다움을 되찾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인간들의 공동 보금자리인 지구를 아끼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면, 공해로 인한 질병이나 온난화로 인한 가뭄의 고통에서 벗어나 더욱더 질이 높은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6-06

[세상만사] 한국 국립공원과 미국 국립공원

산천초목이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고 꽃을 피우는 싱그러운 봄이 찾아 왔다. 많은 사람이 봄을 만끽하기 위해 아름다운 들과 산을 찾아 나서는 계절이다. 각 지역의 국립공원도 손님맞이에 한창 분주하다. 국립공원이란 한 나라의 자연풍경을 대표하는 경승지를 국가가 법에 따라 지정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자연 공간을 가리킨다. 미국은 우리가 잘 아는 옐로스톤을 비롯해 33개 국립공원이 있다. 한국에서는 1967년 지리산이 제일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올해로 벌써 50년이 되었다. 지리산은 설악산, 북한산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국립공원 중 하나다. 지리산은 삼도봉(三道峰)을 기점으로 경상남도, 전라남·북도 3개 도를 품에 안은 면적으로 22개의 국립공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잠을 자지 않고 종주를 해도 꼬박 2박3일이 걸린다. 지리산이 가지고 있는 비경들은 십경이라 불리운다. 이러한 절경이 오랫동안의 불법 벌목과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에 의해 훼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 조사에 의하면 연간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총량이 2008년에 140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는 국립공원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등산객들의 협조로 10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고 한다. 산불방지와 동식물 보호 차원에서 유명한 탐방길도 10년 이상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 취사와 야영도 제한될 뿐 아니라 담배를 피우거나 도토리 몇 알만 주워도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거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는 더 엄하다. 종종 한국인들이 공원 내에서 고사리나 쑥, 냉이 등을 캐거나 해변에서 법으로 정하는 양을 초과해서 조개류를 채취했을 경우에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자연에 대한 견해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의 개념은 집 밖에 것은 쉽게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고,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내 것이 아니면 함부로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존재할 때 더욱 가치를 더하고 아름답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두가 같이 즐길 때 행복감은 배가 된다고 본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윌리스 스테크거는 “국립공원은 미국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빌딩들도 가득 찬 도시들이 즐비한 미국이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쉽게 자연 공간을 접하게 되고 주립공원이나 국립공원 들이 자연형태를 최대한 유지된 채로 관리되고 있는 점이 우리와 비교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외교관들이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도 가장 완벽한 수도라고 말한다. 그 중 한 사람인 독일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수도는 정돈된 도시공간에 인공공원으로 만들어 졌지만 서울은 북한산, 수락산, 남한산, 관악산 등 자연 지형이 조화롭게 만든 가장 아늑하고 살기 좋은 오직 하나 뿐인 수도”라고 극찬을 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름다움을 무절제한 도시 계획으로 지어진 아파트 숲이 경관을 망쳐 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의 후손들이 수락산 정상에서 국립공원인 북한산을 바라보게 될 즐거움을 지워 버리고 만 것이다.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김태원/객원기자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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